소소한 일상/잡담&후기

[북리뷰]:나쁜뉴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팩트풀니스 Factfulness

도쿄개미 2021. 11. 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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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들어가서 적응하느라 지친 신입 사원들, 연이은 나쁜 뉴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팩트풀니스를 읽도록 추천하고 싶다.


Factfulness 팩트풀니스를 접하기까지

내가 처음으로 입사했을 때, 까마득한 상사와 Q&A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공채 신입사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누군가 신입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냐고 하자 그 상사는 눈을 빛내며 책을 한 권 추천했다

Factfulness의 원문판 표지
Factfulness 팩트풀니스



상사는 신입들의 질문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 책이 인생을 바꾸어주었다며 추천을 하였지만 우등생과 거리가 먼 나는 그런 상사의 말을 열심히 듣는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잊어버렸다. 일단 책 제목이 너무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식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 추천을 받고는 나는 그 상사와는 다른 부서에 배정되었고 딱히 그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는 일이 없이 2년이 지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직장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추천도서는 말끔하게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초반에는 근무시간이 짧았지만 내가 같은 팀의 선배들의 발목을 잡는 게 여실하게 느껴져서 우울감이 심했고, 일이 조금 익숙해진 후로는 근무시간이 길어진 관계로 취미생활도 점점 줄고 일과 잠을 반복하는 상태가 되었다. 여가시간이 짧아지니 시간을 요하는 양질의 취미를 즐기는 일이 줄고 하루 종일 일하다가 잠자기 전에 조금 인터넷 뉴스와 게시판을 보는 일이 취미 생활이 되었다.

별도의 휴식 없이 자극적인 기사들을 계속 보다 보니 정신이 피폐해졌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훈훈한 이야기들보다 약자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기사들을 읽다 보니 점점 일을 하다가도 회의감이 들고는 했다. 분명히 취준 할 때는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어떻게 세상에 도움이 될지 포부를 늘어놓았던 거 같은데 일을 하면 할수록 무기력감이 심해졌다. 그렇게 체념하고 지내던 어느 날, 친한 대학 후배가 중고책을 여러 권 샀다길래 한 권 빌려도 된다고 물어서 이 책을 아무 생각 없이 빌려왔다. 빌려오고 나서야 이 책이 입사 초기 시절 상사가 추천해 준 책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처음 책을 필 때는 정말 기대감이 없었다. 점점 영어를 까먹는 거 같아서 영문서적을 골랐을 뿐, 다른 원서를 읽을 때처럼 한두 챕터를 간신히 읽고 후배에게 책을 돌려주겠구나 싶었다. 책을 빌려와서도 미적거리다가 일은 빨리 끝났지만 본인의 일처리에 대한 후회가 이어지는 날 회사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서 억지로 책을 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순식간에 2 챕터를 읽었었다. 너무 재밌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팩트풀니스는 스웨덴의 의사이자 역학(疫學)이 쓴 책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유네스코 간부, 글로벌 기업의 CEO, 여러 대학의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 질문들은 "중산층의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가, 현상유지 중인가, 높아지고 있는가", "전 세계의 여야의 초등교육 이수율은 몇% 인가"등등의 여러 질문을 묻는다. 그리고 유명 정치인, 글로벌 NGO, NPO리더, CEO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침팬지보다 못하는 정답률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보다 세상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전 세계에서 글을 배우지 못하는 여자아이들이 넘쳐나고, 백신접종률을 터무니없이 낮으며, 거친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로 인해 전 세계 평균 수명 또한 낮다고. 이 책의 저자는 사람들을 그러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전 세계의 통계지수를 보여주면서 세상이 어떻게 점점 나아졌는지를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가난에서 벗어났는지, 평균수명이 어떻게 늘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전 세계 여러 나라 곧곧에서 학교를 다니며 글자를 배우고 있는지. 저자는 부정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돌리기 위해 따뜻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통계를 보여줄 뿐이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은 낙관론자가 아니며 그저 팩트에 기반해서 이야기할 뿐이라고 여러 번 반복해서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저자는 사실과는 동떨어진 결론 및 편견으로 이어지기 쉬운 10가지 사고방식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러한 사고방식과 편견에서 벗어나 현실을 왜곡 없이 바라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본인도 저자가 책 초반에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았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침팬지의 정답률보다 정답률이 낮았다. 피해야 하는 10가지 사고방식 또한 내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사고방식으로, 그 사고방식에 갇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한줄기 희망을 느꼈다. 부정적인 기사들 중에는 드문드문 훈훈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미 사고방식이 굳어져 버려서 그러한 훈훈한 이야기가 더 드물고 세상은 각박해져 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낙관주의자가 되지 않아도, 현실을 그대로 담담히 보더라도 사람들은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노력이 합쳐서 세상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알려주었기에 낙관론으로 도피하지 않고도 그동안 열실하게 느낀 회의감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했다.

분명 나 말고도 뉴스를 보면서 점점 지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뉴스를 보다 보면 세상에는 악의를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고, 개개인 역량은 아주 작고 미약하기에 그 흐름을 막아낼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사회에 점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허무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사회는 100년, 50년, 10년 단위로 급격히 나아져가고 있다. 이 책을, 저자를 믿기에 긍정적이게 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숫자가 세상이 점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에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의 장점도 있다. 부정적인 시선은 개개인이 좀 더 냉혹한 현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긍정적인 기사보다 부정적인 기사의 수가 훨씬 더 압도적으로 많지 않은가. 이어지는 부정적인 기사에 의해 마음이 상처 받지 않도록 마음의 벽을 세울 수 있게 하기 위해, 좀 더 세상을 왜곡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팩트풀니스를 추천한다.


덧붙임: 영문서로서의 팩트풀니스


난의도: ★★☆☆☆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 없이, 교수님이 제자들에게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문어체로 쓰여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영어로 책을 읽어보고 싶으나 너무 어려운 책을 골라 의욕을 꺾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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